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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전 평범한 사람, 바로 잡아야 할 시선[광주드림/201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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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등현대미술관
작성일19-07-06 14:30 조회2,0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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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현대미술관 내일부터 전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할머니의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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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부터 14일까지 광주 무등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할머니의 내일(The End Of The Tunnel) 전시.

“인사를 하라니까 노래를 하네.”

영상 속 이옥선 할머니가 자기소개를 생략하고 바로 노래를 시작하는 박옥선 할머니에게 한 말이다.

흥겨운 노래 가락에 춤추고 웃고 떠들고. 선글라스로 멋을 부리고, 서로 놀리고 장난치는 할머니들. ‘피해자’에 가려져 있던 ‘그들’의 진짜 모습이다.

3일 광주나비의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24차 광주 수요행동’은 무등현대미술관(동구 증심사길 9, 운림동 331-6)에서 진행되고 있는 특별한 전시와 함께 했다.

여성가족부가 주최하고 나눔의 집 주관으로 지난 2일부터 시작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할머니의 내일(The End Of The Tunnel) 전시다.

▲노래하고 춤추고 웃는 할머니들 일상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일본군 ‘위안부(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의 희로애락’이란 부제를 내건 이번 전시는 △1부 할머니의 어제 △2부 할머니의 기억 △3부 할머니의 오늘 △4부 할머니의 내일 등으로 구성됐다.

피해자가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서 할머니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동안 할머니를 ‘피해자’로만 바라봐왔던 우리의 잘못된 시선을 바로 잡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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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할머니의 내일(The End Of The Tunnel) 전시 입장권. 입장권 별로 할머니들의 사진이 들어가 있다.

1부에선 일본군 ‘위안부(성노예)’ 피해의 역사와 해방 후 귀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설명부터 ‘위안부’ 제도, 피해자들이 어떻게 끌려갔고 ‘위안소’에서 생활은 어땠는지, 해방 후 어떻게 살아돌아왔는지 등의 내용을 전달한다.

이날 전시 해설을 맡은 나눔의 집 김대월 학예실장은 ‘위안부’라는 용어 사용이 할머니들에게 가장 많이 상처가 되는 부분임을 지적하면서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일본군 ‘성노예’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공식적인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며 “‘위안부’는 작은 따옴표로 묶어 인용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게 ‘위안부 할머니’라고 하는 것인데, 반드시 ‘위안부’ 피해자를 앞에 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안소’에서의 끔찍한 생활, 세계 지도 상 ‘위안소’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도 볼 수 있었다.

‘위안소’가 얼마나 많았는지 구체적인 숫자는 파악이 안 됐지만 제주도의 1.3배에 달하는 오키나와에만 150여 개가 있었던 만큼 매우 많은 ‘위안소’가 1930년대 일본의 침략전쟁 당시 운영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 실장은 ‘위안소’ 위치가 표시된 지도를 설명하면서 “표시된 점 하나가 100개 정도이고 적게는 수십 개 정도”라고 말했다.

전시에는 ‘성병 검사표’ 사진도 첨부가 돼 있었는데, 여기에는 질병이 있다, 없다가 아니라 ‘가부’로 적혀 있었다. 사용할 수 있다,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로, 당시 일본이 피해자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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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할머니의 내일(The End Of The Tunnel) 전시가 열리고 있는 광주 무등현대미술관에서 광주나비의 24차 광주 수요행동이 진행된 가운데, 이번 전시를 주관한 나눔의 집 김대월 학예실장이 수요행동 참가자들에게 전시 해설을 하고 있다.

김 실장은 “팔이 부러졌는데 성병 검사 때 병원에 갔다가 성병 검사만 받고 돌아왔다는 증언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김 실장은 피해 할머니들을 ‘살아돌아온 피해자’들로 표현했다.

그는 “당시 끌려간 수는 20만 명 또는 30만 명으로, 이중 조선사람은 10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추정하는데 살아돌아온 사람은 신고된 숫자만 보면 500명(우리 정부 240명, 북측 208명)이 채 안되고, 신고가 안 된 분을 고려해도 1000명이 안 된다”며 “(해방 후)거의 못 돌아온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조직적으로 동원했음에도 해방 후 자기네들만 철수해 피해자들이 거의 못 돌아온 것이다”며 “그동안 우리가 피해상황만 주목해 피해자들이 어떻게 돌아왔고, 어떻게 살았는지는 부각이 안 됐다”고 지적했다.

‘한국부녀공제회’와 ‘수용인원명부’는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된 것이다.

당시 상해나 대만, 필리핀 등으로 동원된 한인들은 고향으로 돌아오기 위해 상해를 거쳐야만 했는데, 이중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포함돼 있었다.

▲“평범한 인간으로 바라봐 주길”

이때 ‘공돈’이라는 사람이 ‘한국부녀공제회’를 만들고 800여 명의 피해자들을 수용하면서 명단을 작성한 것인데, 독립기념관 수장고에 잠자고 있던 이 명부는 2003년쯤 발견됐다. 전시된 것은 원본은 아니고 복원 작업을 거친 모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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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녀공제회’의 ‘수용인원명부’ 명부와 ‘606 주사’ 전시.



             
김 실장은 “‘공돈’은 당초 피해자들을 지원한 좋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일제 피해자들이 어떻게 귀환했는지에 대한 연구 과정에서 이 사람이 상해에서 아주 큰 규모로 ‘위안소’를 운영했던 업자로 확인됐다”며 “‘위안소 업자’가 해방 후 피해자를 위한 단체를 만든 셈이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일본군의 군복, 일본군의 전용 화폐격인 ‘군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투여된 ‘606(실험에 성공한 606번째 화합물질이란 의미) 주사’ 등의 실물도 전시돼 있다.

하지만 이번 전시의 핵심은 이 다음 할머니들의 그림과 사진에 있다.
2부에선 할머니들이 심리치료 과정에서 그린 그림을 전시하고 있는데, 총 300여 점의 그림이 있지만 이중에서도 피해사실과 관련한 그림만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는 이를 깨기 위해 할머니들이 고향에 대하 갖고 있는 좋은 기억 또는 ‘위안부’ 동원이 아니었다면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 그린 그림도 전시했다.

바로 옆으로는 할머니들의 희로애락이 담긴 사진 수백여 점이 모자이크 방식으로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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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희로애락이 담긴 사진들.

‘피해자’로서 눈물을 흘리거나 울부짖으며 호소하는 모습이 아닌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춤추는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다양한 할머니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김 실장은 “할머니들은 해방 이후에도 가족이나 자식, 지원하는 단체들, 정부에 의해 다양하고 구조적인 형태로 2차 가해를 입어 왔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피해를 당해 우울해하고, 대사관 앞에서 목놓아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할머니들 인생의 한 부분일뿐이고 즐거운 모습이 많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2층 4부 전시에선 지난 27년간 할머니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웃고 떠들고 즐거워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이옥선 할머니의 음성을 통해 소개된다.

“할머니들도 기쁜 일에 웃고, 슬픈 일에는 눈물을 보이며 작은 일에도 토라지고 샘을 내는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이다. 다만 평범하지 않은 아픔을 가지고 있을 뿐.”

이번 전시가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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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할머니의 내일(The End Of The Tunnel) 전시가 진행되는 무등현대미술관 2층에는 소녀상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


광주나비 백희정 대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사진과 그림, 영상으로 할머니들을 볼 수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며 “이 기회를 통해 지역사회 차원에서 관련 투어 등을 해보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무등현대미술관 정송규 관장은 “조금이라도 할머니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서 전시를 마련하게 됐다”며 “마음으로 도와드린다는 생각으로 많은 분들이 이번 전시를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14일까지 진행된다. 2층 전시실에는 소녀상 포토존, 할머니들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편지쓰기 코너도 마련돼 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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