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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은 음악 발성 연습…"회화세계 정립" 계기 [광남일보/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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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등현대미술관
작성일21-05-06 15:40 조회6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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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은 음악 발성 연습…"회화세계 정립" 계기

드로잉전 앞서 모노그라피 출간 정송규 관장
기획전 3부, 4월25일까지 무등현대미술관서 1200여점 선보여
아르테스 시각문화연구소서 예술론 등 수록 ‘…색점 추상’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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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점 추상’을 들고 드로잉적 유화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정송규 관장
“드로잉은 음악의 발성 연습과 같아요.”

드로잉의 의미를 적확하게 규정짓는 말이다. 따라서 화가라면 제일 먼저 거쳐야 하는 과정이 드로잉인 것이다. 반세기를 거슬러 올라간 시간이 그대로 담긴 드로잉 작품들을 한데 모아 선보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난 10일 개막해 오는 4월25일까지 무등현대미술관 1·2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서양화가 정송규 관장(77)의 ‘드로잉’(Drawing)전이 그것으로, 드로잉 관련 최대 규모의 전시로 꼽히고 있다. 이번 드로잉전은 무등현대미술관 개관 14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기획전이며, 제1부 ‘오늘이 기적입니다’전(2020. 10.25∼12.1)과 제2부 ‘내가 살아온 이야기’전(2020.12.23∼2021.2.28)에 이은 마지막 세번째 순서다. 정 관장은 드로잉전을 열면서 회화세계를 조명한 모노그라피도 출간해 관심을 모은다.

먼저 정 관장은 이번 전시에 1200여점의 드로잉 작품을 1층 갤러리에 배치했다. 벽면에 빽빽이 부착된 드로잉들은 정 관장의 미술 초기의 시간들이 오롯이 스며 있다. 미술을 위한 삶 전형을 보는 듯하다. 오히려 드로잉을 한점 한점 보는 눈이 해찰할 사이 없도록 만든다. 다양한 필기 도구와 붓, 색감으로 표현된 드로잉들은 평면에서 입체에까지 다채로운 선과 면의 향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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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1층 전시실에서 선보이고 있는 드로잉전 전경
그는 어느 화가들보다 드로잉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16일 오후 전시장에서 만난 정 관장은 뚜렷한 자기만의 드로잉 철학과 소신을 내비쳤다.

“드로잉을 안하면 감각이 떨어지죠. 생전 임직순 교수께서는 자기 키만큼 드로잉을 해야 그때부터 그림이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선생님과 함께 드로잉을 하기도 했는데 드로잉은 감각을 살리는 기초그림이에요. 더 나아가 여인 등 인체를 주요 매개로 해 드로잉을 연마했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우주로까지 바라봤죠. 저는 몸에 우주가 다 들어 있다고 봐요. 인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해부학을 공부 했습니다. 원광대 해부학 교수로부터 이렇게 인체를 잘 살리는 분이 드물다는 평도 받았었죠.”

이는 정 관장이 얼마만큼 드로잉을 중요하게 여기는가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모두 벽면에 부착하지 못해 1층 전시장 한켠에 4000여점의 드로잉 작품이 바닥에 쌓여져 있어 그의 남다른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

이번 제3부 전시에는 1층에 작가의 드로잉 작품 1200여점과 2층에 드로잉적 유화가 출품돼 선보이고 있다. 작가가 인체 조형성을 파악하기 위해 작업한 것들이다.

정 관장의 드로잉들은 인체의 탐구를 통해 우주의 생동감과 영속성을 나타내며,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그려온 인생관을 집약적으로 담아냈다. 작가의 근·현대 변천돼온 연구의 결과물들인 셈이다.

앞선 1, 2부 전시에 대해 물었다. 그는 “제1부 전시는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작품을 대상으로 규방문화에서 나온 추상을 조명했으며, 제2부 전시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규방문화 연구에 중점을 두고 진행했다”면서 “특히 제2부 전시에서 선보인 규방이라는 것이 우리의 산수화가 중국 영향을 많이 받았을지는 모르나 규방은 폐쇄된 곳이어서 아무 영향도 받지 않은, 순수 우리 것이다. 다만 여성들의 전유물이어서 작가로 살아남을 수 없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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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규 관장의 드로잉 작품들
정 관장은 이런 점에 주목, 조각보에 몰입해 작업을 해왔다. 자수를 현대미술로 푸는데 주력했다. 옛날에는 수명이 짧아 수명 연장의 기원이 담겨진 것이라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이어 정 관장은 ‘정송규와 색점 추상(JUNG SONG KYU AND COLOURED DOTS)-환희를 향한 시간과 기억의 미학’이라는 타이틀로 출간된 모노그라피에 대한 설명을 잊지 않았다. 제2부 전시 진행 중에 발행된 모노그라피는 국내 회화의 잘못된 패턴 유형에 대한 증거다. 그는 국내는 화집부터 내고 보는 데 서양에서는 화집에 앞서 모노그라피를 반드시 먼저 펴낸다는 것이다. 일종의 화가의 삶과 회화세계 전반을 비평하는 등 총결산하는 단계를 말한다.

김승환 조선대 교수를 주축으로 결성된 아르테스 시각문화연구소에 나온 이번 모노그라피는 정 관장의 회회세계 전체를 비평하고, 시기별로 분류해 총 정리했다. 이 모노그라피 출간은 3년전 무안 오승우미술관에서 정 관장이 전시할 당시 작품 관람을 위해 방문했던 김 교수와 연이 닿으면서 계기가 됐다. 제3자의 시각으로 회화세계를 풀어내고 출생부터 조명해 한 화가의 일대기를 조명했다는 점에 의미를 더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여전히 활성화되지 않고 있어 이번 모노그라피 출간이 활성화 계기를 마련할 지 주목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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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그라피 표지
그는 자신의 모노그라피에 대한 인상을 밝혔다.

“누군가가 저를 대상으로 글을 쓸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 천대시했던 규방문화의 진정성을 위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복원을 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나 하나 일일이 다 붙였는데 이는 국내에서 흔치 않아요. 2000년 초반에는 점 하나 다 그렸고, 지우개를 잘게 쪼개 점을 표현했죠. 점으로 확장된 무한의 세계를 툴링(Tooling)이라 하는데 이런 신생 용어까지 쓰면서 제 회화세계를 정립했더군요.”

이번 정 관장의 모노그라피는 여정의 시작을 위시로 예술론, 작품론, 참고문헌, 작가연보, 시기별 대표작, 비평문, 전시회 풍경 등으로 구성됐으며, 총 233쪽 분량이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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