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사유하는 다섯가지 방법론’전
8월 26일까지 무등현대미술관 1전시장
미술공간 이해 통해 사유의 기회 제공

 

조윤성 작 ‘사유공간’(미디어 영상 디지털 프린트)

미술의 역사는 인류 역사와 함께 동굴벽화에서 시작된다. 구석기인들의 동굴 속 삶은 벽화를 통해 파악가능했다. 이는 인간의 삶과 사회를 투영하는 오늘날 예술이 지니는 가치와 다를 바 없다. 따라서 미술 공간에 대한 이해는 우리를 치열한 삶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로서 깨닫게 해주는 사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이처럼 공간에 대한 미술의 접근을 자연주의적 태도와 기하학적 태도로 탐구해온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관심을 끈다.

광주 무등현대미술관은 서양화가 조윤성의 ‘공간을 사유하는 다섯가지 방법론’전을 오는 8월 26일까지 무등현대미술관 제1전시장에서 개최한다. 전시는 무등현대미술관이 주최·주관하고 광주광역시가 후원한다.

조윤성은 2007년부터 조선대학교에 재직하며 본인의 작업과 함께 수많은 작가를 양성해온 작가이자 교육자다. 특히 공간에 대한 학문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2차원과 3차원 공간 구성의 연결점을 연구한 회화 21점과 입체 작품 5점 등 총 2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작품들은‘사유공간’을 주제로 공간을 해석하는 다섯가지의 방법론을 제시한다.

조윤성 작 ‘사유공간’(혼합미디어 디지털 프린트)

작품 속 첫 번째 방법론은 평면 공간의 구성으로 전통적인 회화작업이다. 캔버스 위에 유화물감을 통해 채색되고 구성되는 공간이 가장 편안하고 여유롭다는 것을 경험을 토대로 보여준다. 두 번째 방법론은 캔버스 위에 직접적으로 그려낸 이미지 외에 기존에 알고 있는 오브제(일명 재현적 오브제)를 새롭게 구성해 기존 대상들이 지닌 재현성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바나나와 코카콜라병 같은 현상계의 대상들은 현실에서의 의미가 아닌 화면을 구성하는 점, 선, 면 과 같은 조형요소로서 작용하며 이는 공간을 통해 더 큰 자유로움을 갖게 된다.

세 번째 방법론은 3차원의 공간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작이다. 아직은 여전히 2차원의 캔버스 위에 머무르지만, 그 안에서 처음 원근법을 통해 환영으로서의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방법보다 훨씬 더 편리한 컴퓨터 그래픽 작업과 실사 출력이 적용된 직선의 공간들이 시간의 개념을 가시화시킨다. 이는 2차원과 3차원의 접점을 시간이 해결해주고 있음을 전달한다.

네 번째 방법론은 3차원 공간에 구체적인 존재들을 구현한 작업이다. 작가에 의하면 3차원 공간이 지니는 조건 중의 하나는 바로 물질, 즉 질성의 확보이다. 형상만으로 존재하지 않고 구체적인 질료적 성질까지 함께했을 때 비로소 완전한 실제를 경험할 수 있다. 이 작업을 위해선 촉각의 시각화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를 위해 작가는 평면 위 즉 화면을 물감이나 잉크와 같은 재현적 재료가 아닌 질료 자체로서 덮어준다. 그리고 캔버스는 환영을 위한 도화지가 아닌 그 자체로서 하나의 실재가 된다.

조윤성 작 ‘스위트 룸’(스텐인레스 스틸에 우레탄 페인트)

다섯 번째 방법론에서 사각형의 캔버스는 화면 위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벽에 걸린 하나의 덩어리(mass)로 승화된다. 스위트 룸(sweet room)은 공간의 또 다른 이름이다. 사각형은 다각형으로 변화하고 화면 위의 색채는 표현이 아닌 덩어리와 하나가 되어 3차원의 입체감을 강조한다.

작가는 이처럼 다섯가지 방법론을 특정공간의 우성적 진화가 아닌 2차원과 3차원 공간 간의 교류로 해석한다. 치열한 교류의 과정이 공간에 대한 사유를 생산하고, 이를 통해 가장 기본적인 시각예술의 가치와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와 관련 무등현대미술관은 “우리를 둘러싼 공간을 이해하는 것은 치열한 삶에서 잠시 벗어나 사유를 통해 자신을 비로소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로서 깨닫게 해주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